
물리학과를 나온 사람이라면 '열 및 통계물리학'이라는 과목을 한 번은 수강하였을 것이다.
오늘은 이번 학기에 조교로 근무하면서 나왔던 재미있는 질문 하나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
학기 중에 어느 학생이 아주 좋은 질문을 했었다.
"온도, 압력, 화학 퍼텐셜이 모두 엔트로피로부터 통계적으로 정의된 개념인지, 그리고 이러한 정의가 이상기체 상태방정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래는 이에 대한 내 답변이었다.
A.
“어떤 것이 먼저냐”라고 할 때, 역사적, 개념적 발전 측면에서는 거시적인 열역학 법칙과 이상기체방정식 같은 경험적 결과가 먼저 확립되었고, 그 후에 통계역학이 등장하여 이들을 미시적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일-샤를-아보가드로 등이 이상기체상태방정식을 먼저 만들어 냈죠. 그리고 나서 줄(Joule)등이 열역학 1법칙을 고전역학과 실험적 근거로 도출했죠. 이 때는 온도/압력에 대한 미시적인 정의 없이도 단순히 system의 거동을 묘사하는 거시적 변수로써만 다룬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됩니다.
( 1법칙과의 관련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 dE=TdS−PdV+μdN )으로, 이 자체는 통계역학적 정의 이전에도 기초 물리학적 원리로 정립되어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통계역학적 정의를 도입하면, E, S, T, P, μ 등의 관계가 미시상태 수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고, 이로써 1법칙 역시 미시적 기반 위에서 정당화됩니다. 결국 1법칙은 고전적·경험적 에너지 보존의 근본 원리를 나타내며, 통계역학적 관점에서 온도, 압력, 화학퍼텐셜의 정의를 통해 구체화된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후에 19C~20C초에 Boltzmann, Gibbs 등이 통계역학을 발전시키면서 미시세계의 상태수와 확률적 분포를 통해서 엔트로피를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Maxwell등이 기체 분자운동론(Kinetic Theory)과 통계역학적 논거를 통해 이 식이 미시적 관점에서도 일관되게 설명될 수 있음을 보인게 한 예가 될 수 있겠지요.
즉, 이상기체 엔트로피의 정확한 형태를 알고, 그로부터 학생이 보내준 것과 같은 정의를 사용해 P와 T를 도출하면, 결국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이 성립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알려진 식”이 이제 “통계역학적 정의를 바탕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압력, 화학포텐셜도 엔트로피로부터 시작한 통계적 정의가 맞는지 물어보았는데 네 맞습니다. 통계역학적 관점에서는 온도뿐 아니라 압력, 화학퍼텐셜 역시 엔트로피에서 출발하여 정의합니다.
고전 열역학에서 온도, 압력, 화학퍼텐셜은 평형 조건과 상태방정식 등을 통해 다소 추상적이고 경험적으로 정의되었지만, 통계역학을 통해서는 엔트로피를 상태수(미시상태 수)의 로그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변수들을 정의한 것이죠.
다시 말해, 엔트로피를 계의 기초적 상태함수로 놓고 그 편미분으로부터 T, P, μ를 추출하는 “통계적 정의”가 가능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 답변에 대한 추가 설명과 정정을 달았다. :
직전 답변에서 틀린 건 없습니다만, 여러 거시적 물리량과 그것들의 관계를 산출시켜 주는 핵심적인 통계역학적 양은 엔트로피보다는 partition function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Microcanonical ensemble에서 총 상태수의 합을 분배함수라고 간주할수 있다면 그 분배함수와 엔트로피의 관계는 매우 직접적인데, 더 큰 앙상블들에서는 엔트로피 또한 에너지, 압력 등처럼 분배함수에서 유도되는 거시적 물리량 중 하나가 되는게 (그러면서도 마이크로에서 만족되던 거시적 관계식들은 그대로 성립하긴 하는게) 또 흥미로운 포인트지요.
(또한,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장하석 선생님의 저서를 추천드립니다.
측정(measurement) 관련해서는 학계 제일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요.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온도계의 철학』이랑 『물은 H2O인가?』 두 권이 있어요.
전자는 온도라는 개념, 온도 측정의 실험적 기준, 그리고 실제로 온도를 측정하는 도구(온도계)가 모두 없는 상태에서 뭐가 먼저 나왔는지 질문하면서, 역사를 검토해서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서로 뒷받침해왔는지를 설명합니다.
후자는 비슷한 틀에서 물 분자의 구조가 H2O라는 게 밝혀진 과정을 다룹니다.)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친구와 비평형 통계물리학을 연구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추가로 메시지를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분배함수(Partition Function) 정의
\[
Z = \sum_i e^{-\beta E_i}
\]
여기서:
- \( E_i \): \( i \)-번째 미시상태의 에너지
- \( \beta = \frac{1}{k_B T} \): 역온도 (\( k_B \)는 볼츠만 상수)
Helmholtz 자유에너지와 분배함수의 관계
\[
F = -k_B T \ln Z
\]
\( F \): Helmholtz 자유에너지, \( Z \): 분배함수
엔트로피와 분배함수의 관계 (Canonical Ensemble)
\[
S = -\left( \frac{\partial F}{\partial T} \right)_V = -k_B \sum_i P_i \ln P_i
\]
여기서:
- \( P_i = \frac{e^{-\beta E_i}}{Z} \): \( i \)-번째 상태의 확률
엔트로피와 상태수의 관계
\[
S = k_B \ln \Omega
\]
\( \Omega \): 상태수
압력의 통계적 정의 (Helmholtz 자유에너지로부터)
\[
P = -\left( \frac{\partial F}{\partial V} \right)_T = k_B T \left( \frac{\partial \ln Z}{\partial V} \right)_T
\]
\( P \): 압력, \( F \): Helmholtz 자유에너지, \( Z \): 분배함수
화학퍼텐셜의 통계적 정의 (Grand Canonical Ensemble)
\[
\mu = -k_B T \left( \frac{\partial \ln \Xi}{\partial N} \right)_{T, V}
\]
\( \mu \): 화학퍼텐셜, \( \Xi \): Grand Partition Fu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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